complains 2007. 6. 28. 10:23

두 여자와 나는 통화를 했다. ep01 - 전화 오다.

이것은 두 여자 이야기 입니다.

두 여자는 서로 다르고, 다른 곳에서 일하며, 사는 곳도 다릅니다. (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것은 Truly truth. Non-fiction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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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전화 오다
.

난 통학을 하는 대학생이다. 버스, 지하철 다 합쳐서 무려 한 시간 반 이상이 걸리는 통학거리 때문에 이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난 책도 읽고 PDA에 뉴스도 읽고, 게임도하고 노래도 들으면서 다니지만, 무엇보다도 최근에 신청한 휴대폰으로 하는 메신저 정액제로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하루의 3시간을 채우고 있다
.

그날은 4번의 연속된 수업(그러니까 시간으로 따지면 6시간)을 듣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가고 있었다
.
밥도 못 먹었고, 핸드폰으로 접속한 친구는 그날따라 자신의 심난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핸드폰 화면이 바뀌었다
.


 

전화 왔습니다.
106



15xx.. xxxx?
? 하나로 텔레콤인가..?

며칠 전 나는 일반 인터넷 상품에서 광랜으로 교체를 했다. 집에 있는 컴퓨터만도 무려 4. 매일매일 인터넷에 접속되는 컴퓨터들은 10Mbps의 속도로는 터무니없이 느렸기 때문이다.

아마 고객 설문조사겠지얼마 안걸릴꺼야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저희 하나로 텔레콤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군


네에..”

다름이 아니오라 이번에 유선전화를 신청하시면…”


..뭐야 이거 광고전화네..’ 상담원은 한창 자신만의 논리를 떠들어대고 있었다.

지금 심정이라면 그냥 끊어버렸을 수도 있지만 평정심을 잃는다는 것은 언제나 나 자신으로서도 두려운 일이기에 (욕했을지도 몰랐다) 최대한 유지하며 대답했다.


안합니다~”

?”

예 안해요..”

철컥!!”

..뭐지..’


그랬다. ‘. 바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중에 가입을 원하시면..’ 이 정도까지 바라진 않더라도 최소한 예 알겠습니다정도는 말하고 끊어야 에티켓이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 이 상담원은 아무 말도 안하고 끊었다. 게다가 끊는 태도도 수화기를 성의 없이 확 던지는 듯했다.


 

고오오오오오


웬만했으면 그냥 넘어가려고 했지만 버스 안에서 앉아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건 내가 원했던 전화도 아니고 오히려 나한테 전화해서 기분을 더 나쁘게 한 셈 아닌가!

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바로 연결이 되었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안녕 못하다! 임마!) , 방금 저랑 통화하신 분이랑 통화할 수 있을까요?”

무슨 일이십니까 고객님?”

방금 어떤 상담원이랑 통화를 했는데 안 한다고 하니까 말도 없이 그냥 전화기를 던지듯이 끊어서 화가 나서 그렇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고객님

제가 그쪽한테 사과를 받을일은 아니구요 하나로 텔레콤이라는 회사한테서 화가 난 것도 아닙니다. 제가 화가난건 상담원의 인격적인 태도에 대해서 화가 난 거니까 연결시켜주세요

죄송합니다 고객님 제가 대신 사과드리..”

아 그러니까 지금 상담하시는 분한테 화가 난 게 아니라니까 그러네요. 콜 센터니까 저한테 전화한 리스트 있을 거 아니에요? 기록이 다 남아있는 거 아니까 당장 연결해주세요

“지금 바로 연결은 해드리지 못합니다

기다리죠. 지금 제가 제돈 대고 전화를 하는 거니까요

아 그러면 저희가 확인을 하고 연락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얼마나 걸리죠?”

“20분 정도 걸립니다

“20분 이내에 전화가 안 오면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

 

분노를 5분쯤 삭이고 있을 때쯤 핸드폰의 진동이 느껴졌다.

왔군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고객님께서 전화 주셨다면서요

, 상담원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네 저는 황지원 상담원 입니다

근무하시는데는요?”

경기 분당 센터입니다

방금 저한테 전화 주셨는데 끊을 때 아무말도 안하고 그냥 끊으시더라구요. 그리고 전화기도 그냥 던지듯이 내려놓고.. 교육을 그렇게 받으셨습니까?”

아니요, 고객님 전 전화를 던지듯이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전 그렇게 느꼈는데요?”

아닙니다. 전 전화를 던지듯이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오해십니다.”

그러니까 하나도 잘못한 게 없다는 거로군그냥 미안하다고 하면 끝날 일을 왜 이 사람은 그걸 모를까…’


그래요? 제가 오해했다고 치죠. 그럼 아무말도 안하고 끊는건 전화하는 사람의 에티켓은 아니라고 보는데요. 최소한 알겠습니다 라고 하고 끊던가, 전화 받는사람이 끊기전까지 기다리다가 끊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교육을 그렇게 받으셨습니까?”

아 그건 고객님이 너무 단호하게 말씀하시기 때문에..”


이..것..봐..라..?

그래요? 교육이 정말 그런지 그럼 윗 분과 통화를 해봐야겠군요. 바꿔주세요.”

지금 자리에 없으십니다.”

이봐요. 제가 TM에서 일해봤는데 자리에 없다는 건 다 핑계라는걸 알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바꿔주세요.”


그제야 겁이 났나 보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넌 너무 늦었다

제가 그럼 전화를 끊고 다른 상담원이랑 통화해서 바꿔달라고 할까요? 그게 더 낫겠네요.”

고객님 죄송합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윗 분들이랑 통화를 하지 않으시겠어요?”


이것 봐라? ! 너 정말 인간 말종 이구나!’

생각이 거기에까지 미치자 더 이상 이 사람은 내가 윗사람에게 얘길 해도, 또는 내가 잔소리를 해도 먹히지 않을 만한 타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알겠습니다. 그냥 오늘 재수없어서 똥밟았다고 생각하시고요..”

어쭈, 웃냐? 그래 웃어라

고객의 입장에선 어떤상황이라고 해도 그냥 끊어버리면 기분이 나쁠수밖에 없어요. 다음부턴 그러지마세요

. 알겠습니다.”

 

통화를 끊고나서 너무 기분이 나빠서 난 나 자신을 위해 근처 편의점에서 홈런볼을 사먹었다. 그깟 홈런볼 하나에 기분이 좋아지는 나는 역시 이코였다.